ㆍ원천기술·신개념 창출 역량…시행착오 견뎌야 기술 축적

 
조선·해운 등 전통 제조업은 휘청이고 성장동력이던 전자, 자동차 산업은 힘을 잃었다. 수출은 위기에, 내수도 지지부진하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일본의 재활전략은 뭐고, 중국은 어떤 발전전략을 갖고 있을까.

베스트셀러 <축적의 시간>의 책임저자 이정동 서울대 교수와 중국 칭화대의 가오쉬둥 교수, 일본 히토스바시대의 노베오카 겐타로 교수가 오는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창간 70주년 경향포럼에서 ‘한·중·일 3국의 발전전략’에 대해 논의한다. 이 교수는 포럼에 앞선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또다시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은 도시국가 등을 제외하면 20세기에 중진국 함정에서 유일하게 빠져나온 것으로 여겨졌다. 이는 ‘개념설계’가 가능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개념설계란 원천기술, 설비·운용 매뉴얼 등을 만들어내거나 기존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개념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역량을 말한다. 이 교수는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끊임없이 기록하고 축적할 때 세상에 없는 개념설계가 나온다”며 “이 과정을 반복해야 기술 선진국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한국 산업계는 개념설계를 할 수 있는 곳이 소수 대기업에 불과한 데다 2~3세대로 이어지면서 도전의식이 줄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한국은 다시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중국은 개념설계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가오쉬둥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두 가지 전략을 사용한다. 통신·군사·고속철 등에서는 개념설계 능력을 키우며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가전·자동차 등 후발분야에서는 인수·합병 등으로 기술을 이전받는다. 레노버, 하이얼 등이 기술이전 전략을 쓴다면, ZTE, 화웨이, ZPMC(상하이진화항만기계공사) 등은 새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이미 ZTE와 화웨이는 세계 각국의 통신사에 자사가 개발한 통신장비를 수출한다.

노베오카 겐타로 교수는 일본이 기술 측면에서 개념설계 능력은 뛰어나지만 감성적인 면에서의 개념설계 능력은 부족했다고 분석한다. 그는 “제품의 기능은 더 이상 차별적인 요소가 될 수 없다”며 “뉴노멀 시대에는 디자인이나 직관적인 작동법 등 비기능적인 가치를 설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쓰다 자동차는 포드에 인수되는 등 침체기를 겪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코도(KODO)’를 도입하면서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의 ‘빅3’를 위협할 정도가 됐다. 지난 20년간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던 일본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국은 앞서 뛰고 있다.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한·중·일 저명 교수 3인이 경향포럼에 나와 던질 질문이다.